소'는 이중섭이 애호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이다. 소는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민족적 표상이자, 작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중학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다고 알려진 그는 일본 유학 중에도 소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했다. 1937년에는 데이코쿠미술학교 학생들과 '백우회(白牛會)'를 결성하였는데, 흰 소를 의미하는 '백우'가 조선의 민족주의적 색채를 드러낸다는 이유로 개명을 강요당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암암리에 금기시된 소재였던 만큼, 광복과 전쟁을 거친 후 이중섭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황소', '흰 소' 연작 중 하나인 <흰 소>는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기는 흰 소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소가 걸음을 옮기고 있는 순간적인 동세를 강한 필선으로 잘 포착하고 있다. 흰 바탕에 먹으로 그린 듯한 굵은 선묘는 서양의 기법을 전통 서체 방식으로 재창조한 이중섭의 독특한 표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