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를 타는 남자〉는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붉은 색의 사다리와 이를 오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전면에서 사다리를 타고 있는 남성의 시선은 뒤편의 작은 말과 그것을 향해 수직으로 뛰어오르고 있는 듯한 개의 모습으로 보는 이를 안내하며, 평면의 화면에 상당한 공간감을 암시한다. 간결하고 요약적인 형태 묘사에도 불구하고, 사다리와 기다랗게 표현된 남자의 몸이 구현하는 대각선의 구도는 화면에 역동성을 더한다. 한편 펜 선 위에 수채가 더해져 나타난 번짐 효과는 적절한 명암을 더해 대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1940년대 이중섭의 엽서화는 연애의 감정을 상징적이고 비유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작가가 다양한 구도와 표현 형식을 실험하던 장이기도 했다. 이 작품 또한 얼핏 보면 단순하게 보이는 조형과 구도 속에 담긴 이중섭의 여러 고민과, 이를 효과적으로 화면에 구현해 낸 화가로서의 기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