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입을 벌리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어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이중섭은 새를 즐겨 그렸는데, 비둘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린 모티프 중 하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비둘기는 이중섭의 가족들이나 꽃, 손 등 다른 요소들과 함께 그려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한 마리의 비둘기가 단독으로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렬한 빨간색으로 처리된 비둘기의 부리와 두 다리다. 하얀색 비둘기와 크게 구분되지 않는 연한 하늘색의 배경 속에서 빨간색은 대비감을 자아낸다. 비둘기의 두 발은 마치 팔처럼 무언가를 떠받들고 있는 자세로 처리되어 있고 위로는 휘말린 모양새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고, 아래로는 부드러운 곡선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구름으로 추정된다. 이중섭은 이 작품에서 회색의 윤곽선을 사용해 비둘기와 구름, 하늘을 구분하고 있다.